뮤지컬 <아몬드>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
<아몬드> 이왕혁 작가, 이진우 작곡가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편도체(Amygdala)는 그 모양이 꼭 아몬드(Amygdala)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기관이다. 동명 소설을 뮤지컬로 각색한 뮤지컬 <아몬드>는 보통 사람보다 작은 편도체를 타고난 탓에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게 어려운 윤재의 성장기다. <아몬드>는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가 처음 진행하는 ‘라이브 IP 스토리’로 개발되었으며, 최종 두 작품에 주어지는 쇼케이스 지원작에 선정되었다.

 

 

공감의 힘, <아몬드>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쇼케이스 선정작으로 뽑혔다. 기대를 했었나?
이왕혁
빈말이 아니라 정말 뽑히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뮤지컬 작업이 처음이어서 개인적으로는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를 통해 뮤지컬을 이해하고 배우는 것에 목표로 두었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그렇지만 기분은 좋다. 

 

이진욱 작곡가는 작년 <아서 세빌의 범죄>에 이어 다시 한번 쇼케이스를 준비하게 됐다. 
이진욱
심사 때 날카로운 질문이 많아서 전혀 기대를 안 했다. 심사가 끝나고 난 다음에 이왕혁 작가에게 ‘고생했고 내가 더 열심히 못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술을 마시러 갔다. (웃음) 두 번 연속 쇼케이스를 하게 되니 부담이 크다.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라이브 IP 스토리’ 중 왜 <아몬드>를 선택했나?
이왕혁
내가 선택할 수 있는 IP 스토리 후보 중 가장 공감할 수 있던 작품이었다. 원작 소설 역시 지금을 사는 독자들에게 공감을 많이 받지 않았나. 뮤지컬로 만들어 더 많은 분께 작품의 메시지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했다.

 

소설을 뮤지컬로 각색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왕혁
모든 게 어려웠다.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소설의 화법과 뮤지컬의 화법이 다르기 때문에 소설을 뮤지컬에 적합하게 각색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주인공 윤재가 감정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도 난감한 부분 중의 하나였다. 어쨌든 뮤지컬이니 노래는 해야 하는데 노래엔 어떤 식으로든 감정이 실리는 법이니까. 그래서 윤재가 어떻게 노래해야 하나를 두고도 무척 고민했다. 여전히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

 

멘토링이나 작곡가와의 협업을 통해 해결된 것도 있나?
이왕혁
물론이다. 예를 들어 극 중 후반에 등장하는 ‘도라’라는 인물을 어떻게 등장시켜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도라는 서사에 딱히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그에 비해 주인공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독특한 인물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에 이진욱 작곡가 음악으로 도라의 등장을 설득력 있게 풀어줬다. 극 중 여러 장면에서 이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극 중에서 가장 고심했던 장면이 있다면?
이왕혁
극 중 두 장면은 관객에게 좀 더 잘 전달하고 싶었다. 구조적으로 나누면 1부와 2부의 각 엔딩 장면이다. 첫 번째는 죽은 윤재의 할머니와 윤재 친구 곤이의 엄마가 아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윤재가 곤이 대신 칼에 맞아 쓰러진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다. 결국 <아몬드>는 ‘나’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이야기고, 고루한 말이지만 그 변화의 열쇠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 두 장면 모두 그 사랑이 잘 표현될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10대의 마음으로
<아몬드> 곡 작업을 위해 특별히 참고한 게 있나?
이진욱
우선 원작 소설을 많이 읽고 전체적인 느낌을 파악했고, 이왕혁 작가가 준 대본을 열심히 분석하면서 곡을 썼다. 물론 작가와 대화도 많이 했다. 이 작품을 위해 특별히 참고한 건 유튜브였다. 요즘 10대는 카카오톡은 없어도 유튜브가 없으면 안 된다기에 10대들이 많이 보는 채널 위주로 많이 봤다. 보다 보니 개연성보다는 순간의 즐거움에 집중하는 10대들의 취향이 보이더라. 그런 것도 곡 작업에 참고했다.

 

심사 음원을 들어보니 랩도 있고, 팝도 있고 장르가 다양하더라. 
이진욱
형식적인 면에서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나 <디어 에번 핸슨>처럼 10대가 주인공인 해외 작품을 참고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락을 기반으로 분노, 반항 등을 표현했다. <디어 에번 핸슨>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요즘 버전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넘버의 톤이나 통일성은 비슷했다. <아몬드>도 그런 통일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메인 악기로 기타를 사용해서 10대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봤다. 그리고 개발하는 단계라 실험적인 시도도 해봤다. 전자음이나 사운드 디자인도 넣고, 랩도 넣어봤는데 나 빼곤 다 반응이 좋진 않더라. (웃음) 쇼케이스 때까진 다시 톤을 다듬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나만 좋아서는 안 되니까 주변 사람들과 상의를 많이 할 예정이다. 

 

<아몬드>는 주인공이 10대지만, 그 메시지는 전 세대를 관통한다. 작품을 통해 관객이게 이것만은 전해졌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이왕혁
개인적으로 <아몬드>는 윤재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찾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아몬드>에서 말하는 공감,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는 의미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이 작품을 보고 타인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할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진욱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주인공 윤재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몸부림친다. 그리고 결국 공감할 수 없던 것을 공감하게 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타인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점이 <아몬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을 읽고 난 후, 주변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있나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작품을 보고 난 후 관객들도 마찬가지로 자신과 주변을 돌아봤으면 좋겠다. 

 

쇼케이스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왕혁
좀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할지 더 고민해서 쇼케이스에서는 뮤지컬 <아몬드>만의 매력을 더 담아낼 수 있도록 하겠다. 

 

이진욱 10대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곡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쇼케이스 준비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쇼케이스때까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곡들을 보강할 예정이다. 지금보다 작품의 색깔이 잘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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