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비더슈탄트>

<비더슈탄트> 멘토링 현장

일시: 9월 16일(월) 오전 11시~1시
장소: ㈜라이브 사무실
극작 멘토: 김태형 연출
작곡 멘토: 민찬홍 작곡가

 

뮤지컬 <비더슈탄트>는 1938년 독일 히틀러 학교를 배경으로 나치에 대항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테이블 리딩과 1차 멘토링을 거친 <비더슈탄트>는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에 변화는 없으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주인공 매그너스의 설정과 분량이 조정되었고 연극 <햄릿>을 공연하는 장면이 대폭 수정되었다. 이로써 학교생활, 펜싱, 연극 등 크게 세 덩어리로 나뉘어 있던 사건이 학교생활과 펜싱 위주로 정리되면서 작품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2차 멘토링에서는 주로 등장인물의 변화 지점을 중심으로 드라마와 음악의 전개에 대해서 논의했다.

 

<비더슈탄트>에 등장하는 소년들은 처음에는 나치 정권에 거부감이 없었다. 하지만 히틀러 학교의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교육 방식을 겪고 유대인을 집단 학살하는 ‘수정의 밤’ 이후 심경에 변화를 일으킨다. 김태형 연출은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처음 각성하는 지점이 바로 ‘수정의 밤’ 장면인데 현재는 성급하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딴 세상 이야기 같던 유대인의 죽음을 소년들이 개인의 비극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새로운 사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새로운 사건을 만들기 어렵다면 기존의 장치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히틀러 학교에서 소년들의 편지를 검열하는 장면이나 개인 소지품을 뺏는 장면을 좀 더 ‘시각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단순히 편지를 뺏는 데 그치지 않고 찢거나 불태우는 것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러면 인물의 감정이 쌓이는 걸 더 강하게 보여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방법을 몇 차례 반복해 인물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은 후 각성하는 장면으로 들어서면 인물이 자연스럽게 노래를 통해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고 음악을 더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김태형 연출은 “극 후반에 드라마 구성을 조금 다이내믹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마지막에 주인공인 매그너스와 라이벌인 프레드릭의 펜싱 장면에서 이렇다 할 반전이 없는 것을 지적했다.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이어야 하지만 현재는 너무 예상 가능한 진행으로 맥이 빠진다는 것이다. 김태형 연출은 마지막 장면에서 핵심은 ‘매그너스의 희생’이라며 매그너스가 희생을 선택하기까지 고뇌와 갈등 그리고 반전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극 전반에서 쌓여온 매그너스와 프레드릭과의 관계 혹은 매그너스와 절친한 아벨과의 관계를 적극 활용해 보다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계를 이용한 드라마 구성이 굉장히 흔한 멜로드라마적 구성이지만, 뮤지컬이 대중극인 만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민찬홍 작곡가 역시 “인물의 변화 동기가 급하게 등장한다”며 김태형 연출과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 예로 나치에 대한 충성심이 높았던 프레드릭은 여동생의 죽음으로 변화를 겪는데 이후 자신의 결심을 드러내는 장면 사이 이야기의 비약이 상당하다며 이 사이에 넘버를 삽입해 프레드릭의 변화를 관객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인공인 매그너스에 대해서는 대본상으로나 노래적으로나 주인공으로 받아들이기엔 극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객이 매그너스에게 이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극 중 매그너스 솔로 넘버가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적어도 극 초반과 후반에 매그너스 솔로 넘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찬홍 작곡가는 가사나 대사에 있어서 “역사적 사건, 나치의 만행에 대해 객관적인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며 “소년들의 말은 사건을 체험한 사람들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찬홍 작곡가는 “어떤 사건과 행위의 ‘의미’를 부여하는 말은 오히려 극과 인물을 비현실적으로 만든다”면서 “소년들의 대사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과 체험을 이야기하는 대사가 되어야 관객에게도 와 닿을 수 있다”고 했다. 또 현재 가사가 전하는 정보량이 너무 많고 실제로 가사량도 많다고 지적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압축하고 압축해서 가장 간단하게 정리한 가사가 좋은 멜로디와 만났을 때 가사와 음악에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민찬홍 작곡가는 읽기 좋은 글과 노래 부르기 좋은 글은 다르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작품 속 넘버들의 가사를 재점검하기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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