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창의특강2 - 뮤지컬 작법과 무대화

 

 

일시: 2019년 8월 14일(수) 13시~14시 50분
장소: 동국대학교 혜화별관
강사: 추정화 연출

 

지난 8월 14일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두 번째 창의특강이 동국대학교 혜화별관에서 열렸다. 특강은 본 사업의 멘토이자 <달을 품은 슈퍼맨>, <인터뷰>, <루드윅> 등 다수 뮤지컬을 창작한 추정화 연출이 진행했다. 그는 이날 ‘뮤지컬 작법과 무대화’를 주제로 자신이 뮤지컬 제작과정에서 창작자로서 겪은 어려움과 고민을 풀어냈다.

 

 

‘어떻게’로 시작하는 이야기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을 하나? 추정화 연출은 이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어떻게 하면 내 작품을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작품을 더 독창적이고 신선하게 만들 수 있을까’ 추정화 연출은 모든 답변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어떻게’라는 말에 주목했다. 그는 “뮤지컬 제작과정에서 ‘어떻게’라는 말을 끝까지 붙잡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추정화 연출은 자신이 처음 극작과 연출을 맡았던 뮤지컬 <달을 품은 슈퍼맨> 역시 비슷한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달동네에 사는 인물의 고민과 성장을 다룬 <달을 품은 슈퍼맨>은 의료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지인에게 영감을 얻어 작품을 구상했다. 작품을 만들 때 가장 고민한 것은 접근하기 조심스러운 소재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였다. 추정화 연출은 이 내용을 심각하게 풀어내는 대신 ‘의료사고를 당한 주인공이 세상을 이겨내는 이야기’로 재미있게 그려내고자 했다. 추정화 연출은 “권력자의 입장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실패자’, ‘경계 밖에 있는 아웃사이더’”라며 “<달을 품은 슈퍼맨>을 통해 사회를 향한 그들의 ‘한방’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협업, 뮤지컬의 제작과정
이어 추정화 연출은 원고에서 무대 위 작품으로 변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뮤지컬은 협업을 전제로 한다. 제작사, 연출, 작가, 작곡가, 배우, 안무가, 무대감독, 무대디자이너 등 많은 사람이 한 작품을 만드는 데 뛰어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출·작가는 설득과 조율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추정화 연출은 자신의 초고를 ‘누워있다’고 표현했다. 배우들은 누워있는 원고를 세우는 사람들이다. 즉, 작가가 쓴 대본은 배우들의 호흡과 만난 순간 입체감 있게 드러난다는 말이다. 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상황은 배우가 작가의 의도와 다른 해석으로 연기할 때다. 추정화 연출은 이러한 의견 충돌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작품의 색깔과 장면의 목표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협업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만날 수 있지만, 동시에 시너지 효과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추정화 연출은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작업하며 겪은 일화를 예시로 들었다. 이 작품에서는 협소한 공간, 적은 수의 배우들로 큰 규모의 액션 장면을 만들어야 했다.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안무가와 오랜 고민의 시간을 가졌고, 결국 가장 좋은 동선을 찾아냈다. 작곡가는 비어 있는 공간을 음악으로 채워주었고, 분장디자이너와 의상디자이너는 빠른 인물 전환을 도왔다. 추정화 연출은 “이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혼자 달린 게 아니라 다른 창작진도 함께 달렸다”며 동료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이어 “뮤지컬의 경우 소극장이더라도 20~30명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필요하다”라며 “대인원이 한 목표 지점을 향해 가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지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훨씬 뿌듯하고 보람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극적 전개가 보이는 넘버
추정화 연출은 가사 작업 역시 뮤지컬 제작 중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중가요와 달리 뮤지컬에서 가사는 곧 대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작자는 어떤 대사를 가사로 만들어야 할지, 대본의 어느 부분에 넘버를 등장시켜야 할지 심도 있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추정화 연출은 “단순히 인물의 심상을 음악으로 옮기는 것은 좋지 않다”라며 “넘버 안에 극적 전개를 녹여 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하지 말자’, ‘절대로 할 수 없어’로 시작한 넘버를 치열한 전개 끝에 ‘하자’라는 변화된 다짐으로 끝낼 수 있다. 듀엣으로 한 인물을 설득할 수도 있고, 사랑 고백으로 시작해 연인이 된 것으로 곡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 또한 가사의 한 부분을 ‘훅(Hook)’으로 만드는 작업 역시 중요하다. 훅은 넘버에 리듬감을 부여하고 함축적인 언어를 통해 관객에게 인물의 목표 혹은 작품의 주제 의식을 전달한다. 추정화 연출은 가사 작업을 검토하는 과정으로 ‘대본에서 넘버를 삭제해 보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넘버를 삭제했는데 줄거리가 전개된다면 잘못된 대본”이라며 “중요하고 치열한 장면을 넘버로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정화 연출은 작가를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아무것도 없는 빈 종이에서 인물과 스토리를 탄생시키는 존재라는 의미다. 공간과 예산이 한정돼 있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상상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너무 쉽게 현실과 타협해서는 안 된다. 추정화 연출은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어렵더라도 꿈을 포기하지는 말자”고 격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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