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창의특강2 – 뮤지컬 음악의 창작과정

 

 

일시: 2019년 8월 14일(수) 15시~16시 50분
장소: 동국대학교 혜화별관
강사: 민찬홍 작곡가

 

창의특강의 세 번째 강연자 민찬홍 작곡가는 ‘음악과 드라마의 소통’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민찬홍 작곡가는 뮤지컬 <빨래>, <잃어버린 얼굴 1895>, <랭보>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한 경력을 소개하며 강연의 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과거 작업물을 예시로 들어 뮤지컬 음악의 창작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음악을 통해 드러나는 정서
뮤지컬 음악 작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민찬홍 작곡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정서’를 제시했다. 뮤지컬 속 음악은 인물과 드라마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 말과 글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다. 또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작품의 색깔을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텍스트만으로 뮤지컬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민찬홍 작곡가는 “한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대본과 음악의 비중이 5:5인 것 같다”라며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찬홍 작곡가는 다양한 장르와 매체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뮤지컬 음악과 다른 매체 음악의 결정적인 차이를 ‘감정 전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넘버는 직접적으로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전달한다. 반면, 연극, 영화에서 음악은 대부분 뒤로 물러나 배경으로서 기능한다. 음악이 주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작곡가의 의도와 다른 정서적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즉, 음악이 전면으로 등장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뮤지컬만의 특징이다.

 

정해진 법칙은 없다
그렇다면 인물과 드라마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야 할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성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이다. 작곡가는 드라마를 세심히 살피며 그 정서를 이해한 후 작품의 색깔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음악적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뮤지컬 작곡에 있어 정해진 법칙은 없다. 민찬홍 작곡가는 “음악은 추상적인 언어이므로 딱 떨어지는 답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작곡은 매력적이면서도 난감한 작업이다. 특히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뮤지컬 넘버는 더욱더 그렇다. 보통 극의 내용에 부합하는 장르의 음악을 사용하지만,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활용해 작품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Hamilton)>은 미국 건국의 주역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생을 ‘힙합’이라는 신선한 음악 형식으로 풀어냈다. 즉, 내용과 음악의 충돌을 통해 주제를 드러낸 것이다. <해밀턴>은 이러한 독창적인 시도로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좋은 뮤지컬 넘버를 위한 선행조건
좋은 뮤지컬 작곡이란 무엇일까? 대본에 나타나 있는 것을 충실하게 표현하는 것이 정답일까? 민찬홍 작곡가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대본에 충실하게 표현하는 것은 10의 수치에서 절반 정도의 조건만 충족한 것”이라며 의견을 전했다. 작품을 통해 어떤 정서를 표현하고 싶은지, 어떤 메시지를 표현하고 싶은지 작곡가의 생각이 들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남은 절반의 조건을 충족해 작품을 완성하는 길이다. 다만, 선행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대본에 작가가 하고 싶은 말, 전달하고 싶은 정보를 모두 채워 넣으면 작곡가의 의도가 들어갈 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작가는 음악이 활약할 수 있는 여백을 마련해야 한다. 민찬홍 작곡가는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렵지만, 음악적인 의도가 여백에 성공적으로 들어갔을 때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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